[태그:] build-in-public

  • 블로그 자동발행 스킬을 만들었다 — 그리고 이 글이 그 첫 결과물이다

    요약 — 먼저 결론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데 손이 너무 많이 갔다. 제목, 요약, 카테고리, 번역, 캐시 비우기까지 11단계.

    그래서 이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핵심은 “자동화”가 아니라 글이 읽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들면서 깨달았다. 만드는 건 쉽고, 내놓는 게 어렵다. 지금 읽는 이 글이 그 ‘내놓기’의 첫 결과물이다.

    왜 만들었나 — 같은 잔손질 11번

    글 하나 올릴 때마다 똑같은 일을 손으로 반복했다. 세어 보니 11개였다.

    1. 제목 짓기
    2. 요약 쓰기
    3. 카테고리 붙이기
    4. 태그 달기
    5. 한글판 올리기
    6. 영어판으로 번역
    7. 두 판을 번역쌍으로 연결
    8. 글을 웹용으로 변환
    9. 발행
    10. 캐시 비우기
    11. 주소가 살아있는지 확인

    한 번은 재밌다. 열 번째부턴 일이다. 빠뜨리는 것도 생긴다. 영어판 연결을 깜빡하거나, 캐시를 안 비워서 옛날 글이 보이거나.

    매번 같은 재료를 같은 순서로 써는 일이다. 레시피를 외울 게 아니라 밀키트를 만들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자동화가 아니었다 — “읽히는가”

    자동화는 절반이었다. 더 중요한 건 올린 글이 실제로 읽히느냐였다.

    사람은 글을 안 읽는다. 훑는다. 닐슨 노먼 그룹(NN/g) 연구에서 사람은 웹페이지 글자의 20~28%만 읽는다.

    《스틱(Made to Stick)》엔 더 무서운 실험이 있다. 머릿속 노래의 박자를 두드리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곡을 맞힐 확률을 50%로 봤다. 실제론 40곡 중 1곡이었다.

    쓰는 사람 머릿속엔 멜로디가 흐르지만, 읽는 사람에겐 ‘똑똑’ 소리만 들린다. 이걸 “지식의 저주”라 부른다. 내가 아는 걸 남도 알 거라는 착각.

    그래서: 이해도를 ‘보안 게이트’처럼 만들었다

    읽히는 글을 강제하기로 했다. 통과 못 하면 발행이 안 되는 검사기를 짰다.

    비밀번호 검사를 떠올리면 된다. 너무 짧으면 가입이 안 되듯, 글도 기준을 못 넘으면 못 올라간다.

    검사 항목은 연구에서 그대로 뽑았다.

    • 결론이 맨 위에 있는가 — 각 단락 첫 문장이 곧 답
    • 한 단락이 너무 길지 않은가 — 길면 건너뛴다
    • 소제목이 충분한가 — 훑는 사람의 이정표
    • 한 문장이 너무 길지 않은가 — 숨이 차면 못 읽는다
    • 비유와 예가 있는가 — 추상적이면 안 박힌다

    이 글도 그 검사기에 걸렸다. 초안 끝에 멋 부린 마무리 한 문장을 넣었는데, 나는 겸손한 매듭이라 여겼다. 검사기는 “흔한 상투구”라며 막았다. 빼버렸다.

    쓰는 나에겐 멋이고, 읽는 쪽엔 군더더기. 이게 지식의 저주의 작은 실례다. 검사기가 그 간극을 대신 잡아줬다.

    뜻밖의 발견 — 한 번 잘 쓰면 세 곳에서 이득

    읽기 좋게 다듬었더니 효과가 한 군데가 아니었다. 세 군데였다.

    사람이 훑기 좋은 글은 검색·요약하는 AI도 뽑아 쓰기 좋다. 요즘 검색은 AI가 결과를 정리해 보여주는데, 결론이 위에 있고 단락이 짧은 글을 먼저 인용한다.

    그렇게 정리된 글은 공유하기도 좋다. 핵심 세 줄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으니까.

    레버 하나를 당겼는데 문이 셋 열렸다. 사람·AI·공유가 같은 방향을 본다.

    삽질 기록 — 날것 그대로

    깔끔하게 된 건 하나도 없었다. 막힌 것들을 그대로 적는다.

    도구가 글자를 거부했다. 글을 옮기는 한 방식이 보안 필터에 걸려 멈췄다. 다른 방식으로 우회했다.

    메뉴에 안 떴다. 스킬을 만들었는데 목록에 안 보였다. 파일 맨 위 설정 한 줄이 빠져 있었다. 잘 되는 도구와 비교해서야 찾았다.

    영어판 주소가 충돌했다. 한글판과 같은 주소를 쓰니 시스템이 뒤에 숫자를 붙였다. 영어판엔 고유 주소를 따로 줬다.

    매끈한 결과물 뒤엔 늘 이런 잔고장이 있다.

    도구 스택 — 인프라까지 공개

    뭘로 굴리는지도 숨기지 않는다.

    블로그는 집에 둔 작은 PC 한 대에서 돈다. 그 위에 도커로 워드프레스를 띄우고, 다국어 플러그인으로 한글·영어를 짝짓는다.

    밖에서 접속되게 하는 건 클라우드플레어 터널이다. 글 초안은 무료 gpt-4o에게 맡기고, 읽기 검사기는 파이썬으로 직접 짰다.

    진짜 배운 것 — 만드는 건 쉽고, 내놓는 게 어렵다

    이번에 가장 크게 남은 한 가지다. 도구를 만드는 일은 편하고, 내놓는 일은 불편하다.

    도구 만들기 내놓기
    통제 내 손안 남의 반응
    실수하면 고치면 끝 남이 본다
    기분 편함 불편함
    성장 적음

    그래서 자꾸 도구만 더 만들고 싶어진다. 그게 편하니까. 하지만 성장은 불편한 쪽에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만든 이야기를 만든 채로 두지 않고 밖에 내놓는 것. 이 글 자체가 그 연습이다.

    한 줄 정리

    도구는 읽히는 글을 강제하려고 만들었지만, 진짜로 배운 건 따로 있다. 만드는 건 쉽고 내놓는 게 어렵다 — 그러니 내놓아라.

    참고한 것

    • 닐슨 노먼 그룹(NN/g), “How Users Read on the Web” — 글자의 20~28%만 읽음
    • 칩 히스·댄 히스, 《스틱(Made to Stick)》 — 지식의 저주, 두드리는 사람 실험
    • Diátaxis — 문서 유형 4분류(튜토리얼·how-to·참고·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