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388 보는 법: 작업장갑 마모·절단·인열·천공 6자리 코드 완전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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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갑 라벨에 적힌 4X43EP 같은 코드, 이게 EN388이다. 이 글은 그 여섯 칸이 각각 어떤 시험을 거쳐 나온 숫자인지, 어떤 기계로 어떻게 재는지까지 풀어 읽는 법이다. (← 작업장갑 인증 총정리에서 이어지는 글)

한 줄 요약

EN388 코드는 여섯 칸이다. 앞에서부터 마모, 구식 절단(Coupe), 인열, 천공, 신식 절단(ISO 13997), 충격 순서다. 마모는 사포로 문지른 횟수, 절단은 칼날 시험, 인열·천공은 뉴턴(N), 신식 절단은 A~F, 충격은 통과 시 P로 적는다. 숫자나 알파벳이 뒤로 갈수록 강하고, X는 그 시험으로는 못 잰다는 뜻이다.

EN388 한 줄이 말하는 여섯 가지

EN388은 장갑이 기계적 위험을 얼마나 견디는지 코드 하나로 보여준다. 마모, 절단, 인열, 천공, 충격까지 다섯 위험을 한 줄에 담는다. 절단만 옛 방식과 새 방식 두 칸을 쓴다.

자리 시험 항목 단위·표기 어떻게 재나
1 마모 1~4 (횟수) 사포로 문질러 구멍날 때까지
2 절단(구식 Coupe) 1~5 또는 X 회전 원형 칼날
3 인열 1~4 (N) 찢는 힘
4 천공 1~4 (N) 뭉툭한 침으로 찌르는 힘
5 절단(신식 ISO 13997) A~F (N) 직선 칼날을 한 번 긋는 힘
6 충격 P 또는 공란 손등 충격 흡수

1번 칸 마모: 어떤 사포로, 얼마나 세게 문지르나

마모는 거친 면에 장갑을 문질러 구멍이 날 때까지 횟수를 세는 시험이다. 핵심은 “아무 사포”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칠기를 규격으로 못 박은 사포만 쓴다.

쓰는 기계는 마틴데일 마모시험기(ISO 12947), 사포는 Klingspor PL31B 거칠기 180(Grit 180) 제품이다. 시료를 9 kPa(지그시 누르는 가벼운 압력)로 누른 채 8자 모양(Lissajous) 궤적으로 왕복시켜 마찰을 준다. EN388은 2003년판에서 2016년판으로 개정되며 이 마모 사포의 일관성 기준이 강화됐다.

마모 등급 견디는 횟수
1 100회
2 500회
3 2,000회
4 8,000회

콘크리트나 벽돌을 자주 만지는 작업이면 이 숫자가 수명을 좌우한다.

2번 칸 절단(구식 Coupe): 회전 칼날과 “지수”의 정체

두 번째 칸은 옛 방식 절단 시험(Coupe)이다. 동그란 칼날이 5 N 힘으로 시료 위를 앞뒤로 왕복하며, 관통할 때까지 돈 횟수를 센다. 시험기는 SATRA STM 611이다.

여기서 “등급”은 절대 횟수가 아니라 비율이다. 기준 천(면 캔버스 540 g/m²)을 함께 베어, “시료가 버틴 횟수 ÷ 기준 천이 버틴 횟수”로 컷지수를 낸다. 예를 들어 기준 천이 2번에 잘리고 시료가 10번 만에 잘리면 컷지수는 5다.

컷지수 등급
1.2 초과 1
2.5 초과 2
5.0 초과 3
10.0 초과 4
20.0 초과 5

문제는 케블라 같은 강한 실이다. 너무 단단해 시험 칼날이 도중에 무뎌지면 결과가 왜곡된다. 이때 표기가 X로 바뀐다. X는 “성능 없음”이 아니라 “이 시험으로는 정확히 못 잰다”는 뜻이고, 대신 다섯 번째 칸(신식 시험)을 본다.

3번 칸 인열: 찢는 힘을 뉴턴으로

세 번째 칸은 인열, 즉 천을 찢는 데 드는 힘이다. 장갑 손바닥에서 떼어낸 직사각형 시료에 미리 칼집을 낸 뒤, 인장시험기 양 턱에 물려 분당 100 mm 속도로 당겨 찢는다.

시료 4개를 시험해 그중 가장 약한 값으로 등급을 정한다. 단위는 힘의 단위인 뉴턴(N)이다.

인열 등급 견디는 힘
1 10 N
2 25 N
3 50 N
4 75 N

4번 칸 천공: 뭉툭한 침으로 찌르기

네 번째 칸은 천공, 못이나 철사에 찔리는 상황이다. 흔한 오해와 달리 EN388 천공은 ISO 13996(보호복용 날카로운 침 시험)이 아니라 EN388 자체 방법을 쓴다.

침이 뭉툭하다. 강철 막대 직경 4.5 mm에 끝이 둥글게(반경 약 1 mm) 처리된 프로브를, 시료에 분당 100 mm로 약 50 mm 밀어 넣어 최대 저항력을 잰다. 볼펜 끝 같은 무딘 침이라, 주삿바늘처럼 가는 것엔 이 등급이 의미가 약하다(그건 ISO 13996의 영역).

천공 등급 견디는 힘
1 20 N
2 60 N
3 100 N
4 150 N

5번 칸 절단(신식 ISO 13997): A부터 F까지, 직선 칼날

다섯 번째 칸은 새 절단 시험(EN ISO 13997, TDM)이다. Coupe가 같은 칼날로 여러 번 왕복한다면, 이건 새 칼날을 한 번만 긋는다. 곧은 칼날에 무게를 조금씩 늘리며 약 2.5 mm/s로 20 mm를 베는 데 든 힘을 뉴턴으로 잰다.

매번 새 칼날을 쓰기 때문에 칼날이 무뎌지는 문제가 없다. 그래서 케블라처럼 강한 실도 정확히 측정된다. 등급은 A부터 F까지, F가 가장 강하다.

등급 A B C D E F
힘(N) 2 5 10 15 22 30

구식 Coupe와 신식 TDM이 한 코드에 같이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강한 실은 Coupe에서 X가 뜨고, 그 진짜 실력은 TDM의 A~F로 드러난다. 절단력을 제대로 보려면 다섯 번째 칸을 봐야 한다.

6번 칸 충격: P 하나의 무게

마지막 칸은 손등 충격 보호다. 시험 방법은 오토바이 장갑 기준(EN 13594:2015)에서 가져왔다. 손등 보호재를 돔 모양 받침(앤빌) 위에 올리고, 2.5 kg 추를 떨어뜨려 5 J의 충격을 준 뒤, 받침 밑으로 전달된 힘을 잰다.

합격 기준은 전달된 힘의 평균이 7.0 kN 이하이면서 한 번도 9.0 kN을 넘지 않는 것이다. 통과하면 P, 시험을 안 했으면 빈칸이다. P는 등급이 아니라 합격·불합격 표시이고, 손등 보강이 들어간 장갑에서 주로 본다.

왜 어떤 실은 잘 안 베이나 (재료 이야기)

같은 두께라도 어떤 실은 잘 안 베인다. 핵심은 섬유 자체의 강도다. 파라아라미드(케블라),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HPPE·다이니마), 그리고 강철·유리섬유를 심에 넣은 실이 절단에 강하다. 비유하자면, 무른 찰흙은 쉽게 잘려도 질긴 고무줄은 칼이 미끄러지는 것과 같다.

섬유공학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Ertekin과 Kirtay(2016)는 파라아라미드 혼방 직물의 절단저항이 직물의 두께·무게에 비례해 커지고, 파라아라미드에 HPPE를 심으로 조합했을 때 절단·마모·천공이 모두 좋아진다고 보고했다. 즉 비싼 장갑이 더 잘 막는 데는 재료과학적 이유가 있다.

한국은 어떻게 보나: KS K ISO 23388

국내 기준도 사실상 같은 시험을 쓴다. 한국산업표준 KS K ISO 23388이 기계적 위험 보호 장갑을 다루는데, EN388이 따르는 국제 시험 방법(ISO)을 그대로 채택한 표준이다.

다만 기계용 장갑(베임·마모용)은 국내에서 의무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라 자율 영역이다. 국가가 의무로 검증하는 장갑은 화학용과 전기용 둘뿐이다. 그래서 일반 작업장갑은 제조사가 표기한 EN388 또는 KS 등급을 직접 확인하는 게 현실적이다.

건설·인테리어엔 몇 등급이면 될까

집수리나 인테리어 같은 일반 작업이라면 마모 3~4등급, 절단은 Coupe 기준 2~3(신식 B~C, ANSI로는 A2~A3) 정도면 대체로 충분하다. 자재를 옮기고 공구를 쥐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판유리나 날카로운 철판을 다루면 절단을 신식 D~F(ANSI A4 이상)로 올려야 한다. 위험이 세질수록 등급도 같이 올린다고 기억하면 쉽다.

관련 자료와 출처

표준 원문 (1차)
– EN 388:2016+A1:2018 — 기계적 위험 보호 장갑
– EN ISO 13997 — 절단(TDM) 시험법
– ISO 12947 — 마틴데일 마모 시험법
– EN 13594:2015 — 충격(오토바이 장갑 유래) 시험법
KS K ISO 23388 — 국내 대응 표준 (한국표준정보망)

학술 논문
Ertekin & Kirtay (2016), “Cut resistance of hybrid para-aramid fabrics for protective gloves,” Journal of the Textile Institute 107(10)

공인 시험기관 자료 (2차)
EN 388 시험 항목 해설 (SATRA Technology)
EN 388:2016 절단·천공 시험 설명 (Bob Dale Gloves)
작업장갑 인증 총정리 (별고래)

수치는 EN·ISO 표준과 공인 시험기관(SATRA)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다만 유료인 표준 원문 전체를 직접 열람하지는 않았으므로, 일부 세부 조건(칼날 속도·침 끝 반경 등)은 제조사·시험성적서로 최종 확인을 권한다. (Claude Opus, 20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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