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환기 계산에서 늘 걸리는 숫자가 있다. 1회 환기 후 36.8% 잔류.
방 부피만큼 공기를 통째로 빼냈는데 왜 3분의 1이 남아 있을까. 게다가 왜 하필 36.8인가.
답은 하나다. 들어온 깨끗한 공기가 오염공기와 섞인 뒤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팬은 오염된 공기만 골라서 뽑아내지 못한다.
그 과정을 끝까지 잘게 쪼개면 자연상수 e가 저절로 나온다.
먼저 ACH가 뭔지부터
ACH는 시간당 환기횟수(Air Changes per Hour)다. 정의는 나눗셈 하나다.
\mathrm{ACH} = \frac{Q}{V}
Q는 배기풍량(m³/h), V는 실내 체적(m³)이다.
방이 60 m³이고 배기팬이 600 m³/h를 뽑으면
\mathrm{ACH} = \frac{600}{60} = 10\ \mathrm{h^{-1}}
방 하나 부피인 60 m³를 빼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 ÷ 600 = 0.1시간, 즉 6분이다.
여기까지는 쉽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60 m³를 뺐는데 왜 기존 공기가 다 안 나가나
만약 공기가 서로 안 섞이고 피스톤처럼 밀려난다면 다 나간다. 한쪽에서 새 공기가 들어오면서 기존 공기를 그대로 밀어내는 그림이다.
하지만 보통 쓰는 ACH 모델은 그게 아니다. 완전혼합을 가정한다.
새 공기가 들어오는 순간 기존 오염공기와 섞인다. 그 섞인 공기를 팬이 뽑는다. 그러니 팬은 방금 들어온 깨끗한 공기도 같이 뽑아낸다.
깨끗한 공기를 다시 버리는 만큼, 오염물질이 남는다.
잘게 쪼개서 세어보기
방 하나 부피를 한 번에 빼지 말고 10번에 나눠서 뺀다고 해보자. 한 번에 10%씩 빼고, 그때마다 새 공기가 들어와 완전히 섞인다.
| 회차 | 남은 비율 |
|---|---|
| 1회 | 100% × 0.9 = 90% |
| 2회 | 90% × 0.9 = 81% |
| 3회 | 81% × 0.9 = 72.9% |
| … | … |
| 10회 | 0.9¹⁰ ≈ 34.9% |
한 번에 다 뺐다면 0%였을 텐데, 열 번에 나눠 뺐더니 34.9%가 남았다.
더 잘게 쪼개면 어떻게 될까.
\left(1-\tfrac{1}{10}\right)^{10} = 0.349 \quad\;\; \left(1-\tfrac{1}{100}\right)^{100} = 0.366 \quad\;\; \left(1-\tfrac{1}{1000}\right)^{1000} = 0.3677
계속 잘게 나눌수록 0.367879… 로 수렴한다. 이 값이 바로 e의 역수다.
\lim_{n\to\infty}\left(1-\frac{1}{n}\right)^{n} = e^{-1} = 0.367879\ldots
실제 환기는 뚝뚝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니 무한히 잘게 나눈 쪽이 맞고, 그래서 36.8%가 남는다.
e는 누가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환기식에 e가 보이면 어디서 튀어나온 상수처럼 느껴진다. 아니다.
“지금 남아 있는 양의 일정 비율을 계속 덜어내는” 과정을 연속으로 계산하면 e가 저절로 나온다. 방사성 붕괴도, 복리도, 약물 배설도 같은 모양이다.
환기가 특별해서 e가 붙은 것이 아니라, 이 모양의 현상이면 언제나 e가 나온다.
질량보존으로 유도하면
세어보는 대신 식으로도 같은 답이 나온다.
방 안 수은의 총 질량은 농도 곱하기 부피다.
M = C \cdot V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팬이 빼내는 공기는 Q·dt이고, 그 안에 든 오염물질은 C·Q·dt다. 그만큼 방에서 줄어든다.
V\,dC = -\,C\,Q\,dt \;\;\Rightarrow\;\; \frac{dC}{dt} = -\frac{Q}{V}\,C = -\mathrm{ACH}\cdot C
이 식이 말하는 것은 한 문장이다. 줄어드는 속도가 지금 남아 있는 양에 비례한다.
농도가 높을 때는 많이 빠지고, 낮아지면 적게 빠진다. 그래서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줄어든다. 풀면 이렇게 된다.
C(t) = C_0\, e^{-\mathrm{ACH}\cdot t}
몇 번 환기하면 얼마나 남나
누적 환기횟수를 N = ACH × t 라고 두면 잔류율은 e의 거듭제곱으로 정리된다.
| 누적 환기 | 남은 농도 | 제거율 |
|---|---|---|
| 1 ACH | 36.8% | 63.2% |
| 2 ACH | 13.5% | 86.5% |
| 3 ACH | 4.98% | 95.0% |
| 4 ACH | 1.83% | 98.2% |
| 5 ACH | 0.674% | 99.3% |
| 6 ACH | 0.248% | 99.8% |
ACH 10인 방이라면 1회가 6분이므로, 3회는 18분, 5회는 30분이다.
한 번 더 돌릴 때마다 남은 양의 63%씩 깎이는 구조다. 그래서 초반에는 확 떨어지고 뒤로 갈수록 느려진다.
여기에 붙은 전제들
이 식은 이상조건에서 성립한다. 실제 현장은 하나씩 어긋난다.
- 방 안 공기가 항상 완전히 균일하게 섞인다
- 팬의 실제 풍량이 명목 풍량과 같다
- 들어오는 외부 공기의 오염농도가 0에 가깝다
- 다른 공간에서 오염물질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 새로운 오염물질이 더 발생하지 않는다
마지막 조건이 특히 중요하다.
발생원이 남아 있으면 0으로 안 내려간다
바닥에 액체가 남아 계속 증발하고 있다면, 팬이 빼는 동시에 새로 생긴다. 발생속도를 G(mg/h)라 하면 식이 하나 더 붙는다.
V\frac{dC}{dt} = G – Q\,C
오래 돌리면 발생량과 제거량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멈춘다.
G = Q\,C \;\;\Rightarrow\;\; C_{\infty} = \frac{G}{Q}
즉 발생원이 살아 있으면 아무리 오래 돌려도 농도가 G/Q에서 더 안 내려간다. 팬을 키워 Q를 올리면 그 값이 낮아질 뿐, 0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순서가 정해진다. 발생원 제거가 먼저고, 환기는 그다음이다.
시간으로 종료를 결정하면 안 된다
“ACH 10이니까 30분 돌렸고, 계산상 99.3% 제거됐다”로 끝내면 위험하다. 계산과 현실이 갈라지는 지점이 여럿이다.
- 덕트 저항 때문에 실제 풍량이 명목값보다 낮을 수 있다
- 팬 주변이 뚫려 있으면 단락류가 생겨 바깥 공기만 반복해서 빨아낸다
- 가구 아래, 바닥 틈은 공기가 거의 안 움직이는 사각지대다
- 발생원이 남아 있으면 위의 G/Q에 걸려 있다
그래서 역할을 나눠야 한다.
| ACH 계산 | 실제 측정 |
|---|---|
| 환기시간을 예상하는 용도 | 안전 여부를 판정하는 용도 |
계산으로 시작하고 측정으로 끝낸다.
오늘 정리한 것
- ACH = 배기풍량 ÷ 실내체적. 방 하나 부피를 빼는 데 걸리는 시간이 1회 환기다
- 1회 환기에 36.8%가 남는 이유는 들어온 새 공기가 섞여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 무한히 잘게 나누면 (1 − 1/n)ⁿ 이 e의 역수로 수렴한다. e는 누가 넣은 것이 아니다
- 감소식은 지금 남은 양에 비례해 줄어드는 구조라서 지수함수가 된다
- 발생원이 남아 있으면 농도는 G/Q에서 멈춘다. 환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 환기 종료는 시간이 아니라 측정으로 판단한다
한 줄로 줄이면, 환기는 오염물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옮기는 것이다.
근거 수준에 대해
여기 나온 관계식은 완전혼합 1구역 모델의 표준 결과이며, 산업환기와 실내공기질 교재에서 공통으로 다룬다. 이 글의 수치는 직접 계산해 확인했다.
- ACGIH, Industrial Ventilation: A Manual of Recommended Practice : 환기량 산정과 국소배기 설계
- ASHRAE Handbook — Fundamentals : 실내공기 오염물질 거동과 환기 모델
- US EPA, Indoor Air Quality : 실내 오염물질과 환기의 기본 개념
⚠ 실제 현장 적용은 완전혼합 가정이 깨지는 정도, 팬의 실측 풍량, 발생원 잔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식만으로 안전을 판정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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