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걸 다루는 장갑에는 불꽃 그림과 함께 숫자 여섯 자리가 붙는다. 그런데 “내열 4등급”이라고만 보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그 숫자가 접촉열인지 화염인지에 따라 막아주는 위험이 완전히 다르다. (← 작업장갑 인증 총정리에서 이어지는 글)
한 줄 요약
EN407은 “열”을 하나로 보지 않고 6가지 위험으로 나눠 각각 등급을 매긴다. 불꽃 픽토그램 아래 숫자 6자리가 그 순서다: 화염전파·접촉열·대류열·복사열·작은 용융금속·큰 용융금속. 가장 헷갈리는 접촉열은 100·250·350·500°C 4등급이고, 각 등급은 “그 온도에 닿아도 속이 데기까지 15초 이상 버티느냐”로 정해진다. 2020 개정의 핵심은 3등급 이상을 주장하려면 화염전파도 같이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열은 왜 한 종류가 아닌가
같은 “뜨거움”이라도 손에 닿는 방식이 다르면 막는 방법도 다르다. EN407이 6칸으로 쪼갠 이유가 그것이다.
뜨거운 냄비를 잡는 것(접촉열), 모닥불 옆에 서 있는 것(대류열), 햇볕이나 용광로 앞의 열기(복사열), 용접 불똥이 튀는 것(용융금속)은 전부 다른 위험이다. 가스레인지 냄비는 잘 막아도 용접 불똥엔 구멍 나는 장갑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숫자 하나가 아니라 여섯 개로 본다.
불꽃 아래 6자리 코드
불꽃 픽토그램 밑 숫자는 항상 같은 순서로 6개다. 각 자리는 1~4등급이고, X는 시험 안 함, 0은 1등급 미달을 뜻한다.
| 자리 | 위험 | 무엇을 재나 |
|---|---|---|
| 1 (a) | 화염전파 | 불에 댄 뒤 잔염·잔진 시간 |
| 2 (b) | 접촉열 | 뜨거운 면에 닿아 버티는 시간 |
| 3 (c) | 대류열 | 불꽃 위 열이 속까지 오는 시간(HTI) |
| 4 (d) | 복사열 | 복사 열기가 속까지 오는 시간 |
| 5 (e) | 작은 용융금속 | 데우는 데 필요한 불똥 방울 수 |
| 6 (f) | 큰 용융금속 | 손상시키는 쇳물 양(g) |
예를 들어 4143XX라면 화염전파 4, 접촉열 1, 대류열 4, 복사열 3, 용융금속은 시험 안 함이라는 뜻이다.
접촉열: 몇 도에 몇 초 버티나
가장 실무에서 와닿는 게 접촉열이다. 뜨거운 철판·파이프·금형에 손이 직접 닿는 상황이다.
시험은 정해진 온도의 가열 원판을 장갑 재료에 누르고, 안쪽 면 온도가 10°C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임계시간)을 잰다. 그 시간이 15초 이상이면 그 등급을 통과한다.
| 접촉열 등급 | 접촉 온도 | 통과 기준 |
|---|---|---|
| 1 | 100°C | 임계시간 ≥ 15초 |
| 2 | 250°C | ≥ 15초 |
| 3 | 350°C | ≥ 15초 |
| 4 | 500°C | ≥ 15초 |
쉽게 말하면 4등급 장갑은 500°C에 닿아도 15초는 피부 쪽이 +10°C 안으로 버틴다는 뜻이다. 다만 이건 “15초 안에 손을 떼라”는 안전 마진이지 “영원히 안전”이 아니다. 한 가지 함정: 높은 등급이 낮은 온도를 자동 포함하지 않는다. 등급은 그 온도에서 받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대류열·복사열: 시간으로 잰다
대류열은 불꽃 위의 뜨거운 공기가 올라오는 것, 복사열은 닿지 않아도 느껴지는 열기다. 둘 다 속까지 열이 전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초)으로 본다.
대류열 등급은 HTI(열전달지수, 안쪽이 24°C 오르는 시간, EN ISO 9151)로 정한다: 1등급 ≥4초, 2등급 ≥7초, 3등급 ≥10초, 4등급 ≥18초. 숫자가 클수록 오래 버틴다. 모닥불 앞에 손을 댈 때 몇 초나 견디느냐를 생각하면 된다.
화염전파와 용융금속
화염전파는 장갑에 직접 불을 댔다 뗐을 때 불이 얼마나 오래 남느냐(잔염)와 빨갛게 타들어가느냐(잔진)다. 등급이 높을수록 빨리 꺼진다(잔염 4등급 ≤2초).
용융금속은 용접·주물 작업의 위험이다. 작은 불똥은 속을 데우는 데 필요한 방울 수(1~4등급 = 10·15·25·35방울), 큰 쇳물은 손상을 일으키는 쇳물 무게(30·60·120·200g, EN ISO 9185)로 본다. 용접을 해봤다면 불똥 하나가 옷에 구멍 내는 걸 안다. 그 양을 등급으로 센 것이다.
2020 개정: 화염을 못 막으면 고온 등급도 깎인다
EN407은 2020년에 중요한 규칙이 추가됐다. 어떤 열 항목이든 3등급이나 4등급을 주장하려면, 화염전파(첫 자리)도 최소 3등급을 통과해야 한다. 못 하면 그 열 항목은 2등급으로 깎여 표기된다.
왜일까. 500°C를 잘 막는다는 장갑이 정작 불이 붙으면 활활 타버리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고온에 강하다”와 “불에 안 탄다”는 다른 능력인데, 옛 규정은 이걸 따로 놀게 뒀다. 또 불꽃 픽토그램 자체도 화염전파 1등급 이상이어야 붙일 수 있게 바뀌었다.
한국은 어떻게 보나
EN407에 정확히 대응하는 KS 표준 번호는 공개 검색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추정으로 번호를 적지 않는다. 국제적으로는 ISO 23407:2021(열·화염 위험 보호장갑)이 EN407의 자매 표준이며, 한국은 ISO 계열 장갑 표준을 “KS K ISO ~”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EN407/ISO 23407의 KS 채택 여부는 미확인이다. 국내 내열장갑은 의무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라 자율 영역이다(의무는 화학·전기 장갑 둘뿐).
그래서 어떤 장갑을 고르나
용도로 거꾸로 짚으면 쉽다. 오븐·주방·일반 가열물은 접촉열 2~3등급(250~350°C), 용광로·주물·용접은 화염전파 4 + 용융금속 등급을 함께 본다. 단순히 “내열 4″만 보지 말고 여섯 자리 중 내 위험에 해당하는 자리를 봐야 한다.
내열 소재가 두꺼울수록 손놀림은 떨어진다. 소방·고온 장갑의 열보호 성능을 다룬 연구(Textile Research Journal, 2023)에서도 직물 구성과 두께가 보호시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나타났다. 위험에 맞는 자리의 등급을 고르는 게 핵심이다.
관련 자료와 출처
표준 원문(1차):
– EN 407:2020 (BSI, 열·화염 보호장갑)
– ISO 23407:2021 (열·화염 위험 보호장갑, EN407 자매 표준)
학술·근거:
– 소방장갑 열보호 성능 (Wang & Wang, Textile Research Journal 2023, DOI 10.1177/00405175231171734)
– 상변화물질 소방장갑 열보호 (오픈액세스, PMC11403355)
시험기관 참고(2차): EN 407:2020 해설 (SATRA)
⚠ Claude Opus 4.8 (2026-06-28): EN 407:2020 표준 원문(유료)은 직접 열람하지 않았다. 등급·시험조건 수치는 CEN 인정 시험기관(SATRA) 등 복수의 권위 출처를 교차확인한 값이다. 한국 KS 대응 번호는 확인하지 못해 미확인으로 둔다. 발행 전 유료 원문 대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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