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수입하거나 해외 브랜드를 보면 EN388 옆에 A4, ANSI A6 같은 표기가 또 붙어 있다. 같은 장갑인데 왜 등급이 두 개일까. 미국은 유럽과 다른 방식으로 장갑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 작업장갑 인증 총정리에서 이어지는 글)
한 줄 요약
미국 표준 ANSI/ISEA 105는 절단을 그램(g)으로, 마모를 회전수로, 천공을 뉴턴(N)으로 잰다. 충격은 별도 표준 ANSI/ISEA 138이 kN(전달되는 힘)으로 본다. 유럽 EN388이 “1~5 등급”으로 말하는 것을 미국은 “몇 그램에 베이느냐”는 무게로 말한다. 핵심 차이는 철학이다. 유럽은 칸을 나누고, 미국은 절댓값을 적는다.
왜 등급이 두 개로 찍히나
같은 장갑에 EN388과 ANSI가 둘 다 찍히는 이유는 시장이 둘이기 때문이다. 유럽에 팔려면 EN, 미국에 팔려면 ANSI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두 표준은 단위가 다르다. 자로 치면 하나는 센티미터, 하나는 인치다. 그래서 “EN388 절단 5등급 = ANSI A6″처럼 칸을 1:1로 바꾸는 변환표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험 기계는 같은 걸 써도 결과를 적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드를 읽는 큰 틀 — 픽토그램 아래 숫자가 무슨 순서인지, X와 0이 뭔지 — 는 EN388 보는 법에서 이미 다뤘다. 이 글은 미국식 숫자만 본다.
절단 A1~A9: 베는 데 필요한 무게
ANSI 절단 등급은 칼날이 천을 베고 지나가게 하는 데 얼마만큼의 무게(추)가 필요한가로 정해진다. 무게가 클수록 잘 안 베인다.
시험은 TDM-100이라는 기계로 한다(시험법 ASTM F2992). 곧게 편 면도날에 추를 얹어 천 위를 20mm 직선으로 한 번 긋는다. 천이 베일 때까지 필요한 추의 무게(그램)를 기록한다. 칼날은 매번 새것으로 바꾼다.
| ANSI 절단 등급 | 베는 데 필요한 무게(g) | 느낌 |
|---|---|---|
| A1 | 200~499 | 일반 면장갑 수준 |
| A2 | 500~999 | 가벼운 조립 |
| A3 | 1,000~1,499 | 일반 작업 |
| A4 | 1,500~2,199 | 판금·유리 입문 |
| A5 | 2,200~2,999 | 금속 가공 |
| A6 | 3,000~3,999 | 날카로운 판재 |
| A7 | 4,000~4,999 | 유리·금속 다량 |
| A8 | 5,000~5,999 | 중작업 |
| A9 | 6,000 이상 | 최고 등급 |
등급은 항상 하한선(이상)으로 정의된다. “A4″는 “최소 1,500g은 버틴다”는 뜻이지 정확히 1,500g이라는 뜻이 아니다.
마모와 천공: 회전수와 뉴턴
ANSI 105는 절단 외에 마모(닳음)와 천공(찔림)도 0~6, 0~5 등급으로 매긴다. 단위가 또 다르다.
마모는 사포 휠로 천을 문질러 구멍 날 때까지의 회전수로 잰다(ASTM D3389/D3884, H-18 휠). 0~3등급은 추 500g으로, 4~6등급은 더 무거운 1,000g으로 시험한다.
| 마모 등급 | 하중 | 회전수 |
|---|---|---|
| 1 | 500g | 100회 이상 |
| 2 | 500g | 500회 이상 |
| 3 | 500g | 1,000회 이상 |
| 4 | 1,000g | 3,000회 이상 |
| 5 | 1,000g | 10,000회 이상 |
| 6 | 1,000g | 20,000회 이상 |
천공은 뾰족한 막대를 천에 밀어 넣어 뚫는 데 필요한 힘(뉴턴)으로 잰다: 1등급 ≥10N, 2등급 ≥20N, 3등급 ≥60N, 4등급 ≥100N, 5등급 ≥150N. 주의할 점이 있다. EN388의 천공 등급은 20·60·100·150N으로 시작 칸이 다르다. 같은 “천공 2등급”이라도 미국과 유럽이 가리키는 힘이 다르니 헷갈리면 안 된다.
충격은 다른 표준이다: ANSI 138
손등을 망치나 떨어지는 부품에 찧는 충격은 절단과 전혀 다른 위험이다. 그래서 미국은 충격만 따로 보는 표준 ANSI/ISEA 138(2019)을 만들었다.
시험은 손등 위치에 5줄(Joule)의 충격 에너지를 떨어뜨리고, 장갑을 통과해 손에 전달되는 힘(kN)을 잰다. 손가락·관절 부위를 따로 측정하고, 더 약한 부위 기준으로 등급이 정해진다.
| 충격 등급 | 전달되는 힘(평균) |
|---|---|
| 1 | 9.0 kN 이하 |
| 2 | 6.5 kN 이하 |
| 3 | 4.0 kN 이하 |
숫자가 거꾸로다. 절단은 등급이 높을수록 좋지만, 충격은 전달되는 힘이 작을수록 좋다. 3등급이 손으로 가는 충격을 가장 많이 막는다는 뜻이다. 망치를 떨어뜨려 봤다면 알 것이다. 충격은 멈추는 게 아니라 흡수해서 줄이는 것이다.
미국 그램 ↔ 유럽 등급, 굳이 비교하면
권위 있는 기관은 ANSI와 EN 절단 등급의 공식 변환표를 주지 않는다. 그래도 단위만 거칠게 환산하면 감은 잡힌다.
1뉴턴은 약 102그램힘이다. 유럽 신식 절단시험(EN ISO 13997)의 최고 등급 F는 30N, 즉 약 3,000g으로 대략 ANSI A6 언저리다. 미국은 여기서 A7·A8·A9까지 6,000g(약 60N)으로 더 뻗어 있다. 즉 아주 높은 절단 영역은 미국 척도가 더 잘게 나뉜다.
다만 이건 단위 산수일 뿐 공식 등가가 아니다. “ANSI A4 = EN D”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실제로는 시험 칼날·방식·천 조건이 달라 장갑마다 어긋난다. 비교가 필요하면 두 시험 성적서를 각각 확인하는 게 맞다.
한국은 어떻게 보나
ANSI는 미국 표준이라 한국 의무 인증과는 무관하다. 국내에서 기계적 위험(절단·마모) 장갑은 KS K ISO 23388(EN388과 같은 ISO 계열)을 따른다. 즉 한국·유럽은 ISO 한 뿌리, 미국은 별도 줄기다.
수입 장갑을 고를 때 실무 요령은 단순하다. 하나의 척도로 통일해 비교하라. ANSI 표기 장갑끼리는 그램(A등급)으로, EN 표기끼리는 등급으로 줄 세우고, 둘을 억지로 한 줄에 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몇 등급이면 되나
건설·인테리어 같은 일반 수작업은 ANSI A2~A4(또는 EN388 절단 B~C)면 대개 충분하다. 유리·판금·금속을 자주 다루면 A5 이상, 손등 찧을 일이 많은 해체·중장비 작업이면 충격 2등급 이상을 함께 본다.
등급은 높을수록 좋아 보이지만 두꺼워져 손놀림이 떨어진다. 실제로 절단저항 장갑을 비교한 연구(Med Lav, 2025)에서도 보호력과 손재주·악력은 맞바꾸는 관계로 나타났다. 위험에 딱 맞는 등급이 가장 안전하다. 과하면 오히려 둔해져서 다른 사고를 부른다.
관련 자료와 출처
표준 원문(1차):
– ANSI/ISEA 105-2016 (ISEA, 절단·마모·천공 등급)
– ANSI/ISEA 105 마모시험 그램 하중 해설 (ISEA 공식 PDF)
– ANSI/ISEA 138-2019 (충격)
학술·근거:
– 손·손가락 열상 역학 (Sandler 등, J Emerg Med 2022, PMID 35177285) — 미국 응급실 손 열상 연 24만 건+
– 절단저항 장갑의 보호 vs 손재주 균형 (Med Lav 2025, PMID 40536301)
비교 참고(2차): EN388 vs ANSI 105 시험 비교 (Mechanix)
⚠ Claude Opus 4.8 (2026-06-28): ANSI/ISEA 105·138 표준 원문(유료)은 직접 열람하지 않았다. 등급·시험조건 수치는 ISEA 공식 마모 해설 PDF와 복수의 권위 있는 2차 출처를 교차확인한 값이다. 발행 전 유료 표준 원문 대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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